초보자를 위한 과목별 법학 공부 방법론

The Bar Examination 2010. 8. 1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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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변호사의 글

The Bar Examination 2010. 8. 11. 10:55

고승덕 변호사

나는 외모에 컴플렉스가 있다.
아시겠지만, 대학교 때 고시 3개를 합격했다.
사법고시 합격, 외부고시 2등, 행정 고시 1등.
그리고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했다.

학교 졸업 후 부모님께 큰 절을 했었다. 똑똑한 머리를 물려줘서가 아니라, 사실은 변변찮은 외모덕에 그저 고시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의미로.


내 직업은
1. 변호사이면서
2. 방송도 하고
3. 책을 쓰고 있다. 평생 소원이 1년에 1권씩 평생 책을 내는 것이다.
4. 글도 쓴다. 모 신문사에 경제기사를 1주일에 2개정도 쓴다.
5. 또 오늘과 같은 특강도 한다. 평균 1주일에 2회 정도
6. 증권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회원수만도 3만5천명 정도 된다.
나름대로 홈페이지 관련 사업을 하나 구상 중인 것도 있다.
7. 마지막으로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척 많은 것 같고,
어떻게 이걸 다 할까 생각이 들겠지만 다 가능하다.

이 중에서 한가지만 하더라도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다 가능하다.

무엇이든지 목표가 중요하며,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신이다.
사람들은 어려운 일일수록 확신을 갖지 못한다.

인생에 있어 2가지 자세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남보다 적게 노력하고 결과는 남들과 같은 똑같이 나오게 하려고 한다. 사실은 이것이 경제학 법칙에 맞는 것이다. 투입을 적게하고 효과를 많이 내는 것.

반대로, 다른 사람들 만큼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나의 경험상으로 보면 후자가 훨씬 좋은 결과를 낳는다.

남보다 노력을 더 많이 해서 비슷한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이것은 어느 시점이 지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이것이 내가 인생르 살면서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그럼 노력이란 무엇이냐?
나는 "노력이란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정의 내린다.
하지만 물론 결과를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

노력에도 함수 관계가 성립한다.
* 노력 = f(시간 X 집중)

내가 실제 노력을 했는가 안했는가를 판단하려면
시간을 많이 투입했거나 집중을 잘했거나 살펴보면 된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3시간만에 끝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시간만에 끝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3시간만에 끝내는 사람이 실제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지만 나머지 2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더 많이 알기 위해 그 2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노력하지 않은 것이다.

짧은 시간을 비교해 보면 노력을 적게하고, 많이 하는 것이 결과만 보면 거의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을 이겨내면 주식처럼,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그 차이는 엄청나다.

집중에 대해서 얘기해 보면, 고시 공부할 때 예를 들어 보겠다.
나는 고시 공부를 1년간 해서 합격했다. 어떻게 가능 했느냐?

 

첫째는 된다고 생각하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고시에 합격하려면, 봐야 할 책이 50권, 권당 페이지는 500p.
그 책을 5번을 봐야 합격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나는 7번을 봤다. 이를 계산해보면,
50 X 500 X 7 = 175,000 페이지를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을 1년을 360일로 계산해보면 1일 목표량이 나온다.
즉, 1일 5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목표를 세울때는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막연한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다.

이 결론을 보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들은 포기하게 된다.
설사 하게 되더라도 하다가 흐지부지 된다.

이렇게 목표에 대해 확신이 없고,
목표를 의심하는 사람은 집중을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목표에 확신을 가져라.

된다는 사람만 되고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된다.
일단 안 된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85%의 사람들은 이미 나의 경쟁상대가 아닌 것이다.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만 나의 경쟁이 된다. 그럼 경쟁대상이 줄어드니 훨씬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세상도 절대적으로 잘하는 사람은 원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남 보다만 잘하면 된다. 그럼, 다른 사람보다 잘하고 있는지를 어덯게 판단하느냐? 그것은 나 자신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인간은 거의 비슷하다. 내가 하고 싶은 선에서 멈추면 남들도 그 선에서 멈춘다. 남들보다 약간의 괴로움이 추가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노력이란 것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고시 공부할 때 7시간 잤다. 장기간 공부를 해야할 경우라면 일단 잠은 충분히 자야한다. 하루 24시간 중 나머지 17시간이 중요하다. 고시생의 평균 1일 공부시간은 10시간 정도다.

그러나 정말 열심히하는 사람은 잠자는 시간빼고 17시간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정말, 밥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남들과 똑같이 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찬 떠 먹는 시간도 아까웠다.씹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래서 모든 반찬을 밥알 크기로 으깨어 밥과 비벼 최대한의 씹는 시간도 아꼈다. 숟가락을 놓는 그 순간부터 공부는 항상 계속 되어야했다. 나의 경쟁자가 설마 이렇게까지 하겠냐하고 생각들면 노력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보면 소위 미국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간단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운다. 점심시간 1시간 다 쓰고, 이래저래 20~30분 또 그냥 보내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들에 비하면 일 하는게 아니다.

집중을 잘 하는 것은 벼락치기 하는 것이다. 벼락치기 할 때가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한다. 우등생은 평소에 벼락치기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막연한 목표를 가지면 이렇게 긴장이 안되지만 분명하면 항상 긴장되고 집중을 잘 할 수 있다.

방송하면서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 주변 사람들은 말렸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나는 세상을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사람이 해야할 일이란 남에게 해을 끼치는 일이 아니면 해도 되는 일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쌓아 가면 된다. 하다가 안되면 포기하더라도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아예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나의 징크스는 시험에 합격하려면 10번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합격의 확신을 갖는다. 3~4번만 보면 불안하다. 그래서 그냥 뭐든지 기본적으로 10번을 본다. 몇 번 3~4번 책을 보고 시험을 본 적 있다. 역시 떨어졌다.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자.

첫째는 남보다 많이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는 어려운 목표일수록 확신을 가져보자.
그러면 정말 되는 일이 훨씬 많다.

셋째는 남보다 최소 3배는 해야한다고 생각하자.

직장에서 윗사람이 일을 시킬 때 남보다 더 많은 일을 시키고, 나한테만 어려운 일을 시키더라도 신나는 표정을 지어보자. 대부분의 사람, 아니 나의 경쟁자는 이럴 때 얼굴을 찌푸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기려면 그들 보다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힘들더라도 괴로움을 추가해 보자.

남들에 비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3배의 노력만 한다면 4번째부터는 분명 가속도가 붙어 급속도로 차이가 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인관계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세상을 살다보면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노력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나 혼자의 노력 외에 대인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우가 있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최소 5분은 상대방을 위해 생각하는 시간으로 할애해 보자.

남과 똑같이 해서는 절대 노력했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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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사법시험 합격수기 - 박정은

The Bar Examination 2010. 8. 11. 10:53

수석합격기-공부하는 이시간을 아까워 하라

 

박정은 제48회 사법시험 수석/서울대 법대 졸

 
수석합격기-공부하는 이시간을 아까워 하라
1. 들어가며

그렇게 넉넉한 성격이 아니다. ^^ 어쩌다 공개된 사진에 대해 다들 말씀하시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한테 깐깐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뭔가 빨리 대답을 듣지 못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고약한 취미를 가졌다. 시험을 마치고 셋째날, 넷째날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몇 개월을 보냈다. 예상치도 못한 수석 소식에 너무도 당황했고, 내 하소연에 이미 질려버린 주변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랬던거냐며 핀잔을 줬다. 애정어린 핀잔들에 이건 말도 안 된다는 대답밖에는 할 수 없었다. 지금도 내 능력 이상의 일이 생겨 부끄럽고, 이 수기가 다른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까도 의심스럽지만, 차근차근 수험생활을 돌아보려 한다. 이전 합격수기들을 보니 다들 너무 수석할 만했던 분들이어서 더욱 부끄럽지만, 어쩌면 전혀 특별하지 않았던 내 수험생활이 지금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는 더 용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2. 시험 준비를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때까지 말 그대로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부를 했고, 크게 비뚤어져 나가지도 않았으며, 다행히 성적도 잘 나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사실 법대 진학은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부터 권유하신 것이어서, 큰 고민이 없었고, 오히려 법대 진학을 먼저 정해두고, 그 안에서 법대에 가면 뭐가 좋을지, 내가 법학의 학문 특성과 어떤 점이 잘 맞을지를 고민하는 전도상태였다.

그런데 대학입학이 확정되고 나서 문득 두려움 같은게 생기기 시작했다. 공부말고는 해본 것도 없고, 생각이고 뭐고가 있을리 없는 나를 보고 문득 '나는 정말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대로 학과공부하다가 3학년쯤 되면 사법시험보고 정해진 길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께 대학생활 동안에는 사법시험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나마 그 동안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잘 따라가왔던 덕으로 부모님께서 나를 믿어주셨고, 그에 동의해주셨다. 지금도 그런 나를 이해해 주시고, 믿어주셨던 것에 대해 부모님께 무척 감사드린다. 어떤 분이 이런 내 얘기를 듣고 소신이 있으셨군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반대로 소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소신이란걸 만들어보려고 유예기간을 스스로 설정했던 것 같다.

대학4년 반(9학기 다녔기 때문에.. ^^;) 동안 많이 놀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많은 사람들도 만나보고 했던 것 같다. 소신이란게 확실하게 생겼다기 보다는 막연히 법대에 가면 좋을거야.. 라고 생각했던 상태를 벗어나 이런 것들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정도의 가치관이 생겼고, 이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실현할 때가 됐다 싶었다. 그래서 2004년 3월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라는 것의 테이프를 끊었다. 사실 이 선택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이 있는 것이, 결국 난 내 학벌과 내가 가진 자원들을 포기하지는 못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이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하는 것도 기여라는 위안을 스스로 하면서 목표에 대한 수단의 의미를 갖는 고시공부에 매몰되지만 말자는 결심을 했다.
 
3. 1차시험을 보기까지

2004년 3월, 4월은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온종일 공부에 매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때의 목표는 일단 민법 정도는 한번 눈에 박아두는 것으로 잡고, 하루 5시간 정도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민법학 강의(김형배 저)를 주욱 읽어가는 작업을 했다. 이것저것 하면서 돌아다녀온 대학4년(정확히는 5년 정도..)이었기 때문에 한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것이 주목적이었고, 한번 훑어보는 것이 본격적인 1회독에 도움이 될거란 생각으로 책을 봤다. 4월말까지 민법학 강의와 형법총론(이재상 저)을 훑어보는 작업을 하고, 5월 1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1회독을 시작했다.

순서는 민법-형법-헌법 순이었고, 각 과목은 민법은 민법학강의(김형배 저)를 기본서로 하고, 2003년 이원영 진도별 모의고사를 문제집으로, 객관식 판례(정일배 저)를 판례집으로 삼아 공부했고, 형법은 형법총,각론 모두 이재상 저를 기본서로 하고 이인규 객관식 형법을 문제집으로, 이인규 형법보충강의안을 부교재및 판례집 삼아 봤으며, 헌법은 금동흠 저 기본서를 보고, 정회철 저 판례집, 2003년 김현석 진도별 모의고사 문제집으로 공부했다.

책들은 선배들의 추천을 받아 고른 것들이었는데, 내가 책을 보고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릴 능력이 없어서, 불만이 있더라도 일단 선택한 책은 바꾸지 않고 계속 봤다. 다만 헌법 기본서는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아서 후배들에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가능하면 꼼꼼히 보려고 노력했고, 특히 형법의 경우는 1회독할 때 잘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읽고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을 포스트잇에 써서 모두 붙여놓았다. 2회독 때 다시 생소하게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친구한테 말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이 내용은 이런 얘기야.." 이런 식으로 포스트잇을 만들어 붙여 놓은 것이었는데, 매우 유용했던 것 같다.

이때의 하루 일과는 오전에 강의 테이프 4개 정도를 듣고, 오후에 기본서를 강의 테이프 들은 진도만큼 읽은 후 판례집을 보고, 문제집을 풀어 마무리하는 것으로 잡고 보냈다. 진도표를 짤 때 공휴일과 일요일은 모두 제외하고 짜고 그에 따라 진도를 나갔는데, 휴일에 쉴 수 있다는 여유를 가졌던 것이 오히려 진도를 안 밀릴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가능하면 관악구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왔는데, 이런 식의 휴식이 특별한 슬럼프 없이 수험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2회독은 9월에 진도별 모의고사와 함께 시작했다. 학원에 직접 가서 시험을 치른 것은 아니고, 학교에서 스터디 사람들이랑 시험을 치르고 각자 돌아가면서 그날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발제하는 방식으로 하루 20여분 정도 스터디를 했다. 2회독 때에는 1회독 때 봤던 문제집과 진도별 모의고사의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에 주력했는데, 기본서 다시 보고, 판례집 보고, 1회독 때 본 문제집에, 진도별 모의고사 풀고 그에 대한 오답노트까지 만드느라 하루가 정말 빡빡하게 돌아갔다. 오답노트를 꼼꼼히 만들어 나중엔 오답노트만 보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나름 공들여 만들었는데, 그래서인지 1차 공부할 때 중 2회독 때 공부를 제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12월 3째주까지 2회독을 마치고 12월 4째주부터 3회독에 들어갔고, 이때부터는 있는 건 다 꼼꼼히 본다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빠짐없이 보는데 주력했고, 시험보기 직전까지도 책을 더 늘리거나 새로운 문제를 풀거나 전범위 모의고사를 풀기보다는 만들어놓은 오답노트와 기본서, 판례집을 반복해서 보는 방법을 택했다. 전범위 모의고사를 보는 의미로 지난해 1차 시험 문제를 시험 보는 것처럼 해서 풀어본 것과 막판에 최신판례와 부속법령 외에는 새로운 자료를 늘리지 않았다.

선택과목의 경우 노동법을 선택했는데 2회독에 들어가기 전에 1회독 헌법까지 마치고 2주간의 여유가 있어서 여름휴가 다녀온 후 5일정도 테이프를 들으면서 객관식 노동법 책을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기본3법의 분량이 많아 다시 노동법을 볼 시간이 나지 않아서, 2회독 끝나고 하루, 3회독 끝나고 하루,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보게 되었고, 더 이상 볼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학교 갈 때, 집에 올 때 듣는 방식으로 노동법 테이프를 3번 반복해 들었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효율적이었고, 큰 효과를 봤다. 반복해서 테이프를 들었던 것이 은근히 기억에 오래 남았기 때문에 책을 다시 못 봤어도 내용 대부분을 기억할 수 있었다.

결국 시험 전날 부속법령과 최신판례를 훑는 것으로 마무리했는데, 2005년 1차 시험에서 부속법령이 거의 나오지 않아 좀 허무했었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험장소에 난방이 안 되서, 온도계 기능이 있는 시계를 가지고 갔었는데, 기온이 4도로 표시 되었던게 기억이 난다. 정말 추웠다는 생각만 잔뜩..

정말 추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 와 채점해보니 운이 따라준 덕으로 두개만 틀려 일찌감치 합격을 확신할 수 있어서 정말 맘 편하게 놀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4. 2차시험 공부

동차를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던 터라 일단 3월 한달간 편하게 쉬었다. 3월 첫째주는 부모님 계신 집에 와서 편히 쉬고, 둘째주부터 후사법 예비순환 강의 테이프를 사서 들으면서 다시 2차 공부 워밍업을 시작했다. 대학시절 동안 워낙 잡일들을 많이 한지라 후사법 학교강의를 성실히 듣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미 졸업은 했지만 2005년 1학기 동안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행정구제법 수업을 청강했다.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학원들의 예비순환 일정과 같게 진도를 짜고 테이프를 들으면서 예비순환을 했다. 이때도 역시 선배들의 추천으로 기본서를 선택했는데, 민사소송법은 이시윤 저를 기본으로 하고 박승수 워크북을 부교재로 삼았으며, 형사소송법은 이재상 저를 기본으로 하고, 사례집 역시 이재상 저를 선택했다. 행정법은 장태주 저를 기본으로 하고, 일단 예비순환과 1순환 때까지 이재화 사례집을 보기로 했으며, 상법은 김혁붕 상법신강을 기본으로 하고 김혁붕 사례집과 권태일 사례집을 봤다. 그런데 사실 예비순환 때는 사례집을 사두기만 했을 뿐 거의 보지 못했다. 맘이 너무 풀어져 있었고, 학교 수업 청강을 하느라 강의 테이프 듣고, 기본서 읽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술술 잘 갔기 때문이다. 예비순환 후 초시까지 한달여 정도 남은 시간 동안은 기본삼법의 사례집들을 봤다. 민법은 김종률 저 사례집, 형법은 하태훈 저 사례집, 헌법은 정회철 사례단문을 봤는데, 암기보다는 사례를 어떻게 푸는지에 주로 관심을 두고 초시 볼 때까지 한번은 다보자고 생각하고 읽었다.

초시는 뭐 말 그대로 아무 준비 없이 치렀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답안지 쓰는 스킬은 전혀 없었고, 예비순환하면서 읽어놓은 것이 전부였던 때. 양심상 시험 전날에는 공부해야 한다고 맘은 굳게 먹었는데, ‘내 이름은 김삼순’의 유혹이 너무 강해서 잘 안됐다. ^^;; 쓸게 없어서 대부분의 시험을 5분 정도 일찍 마치고 앉아 있으려니 이상하게 죄책감같은게 계속 들었던 것 같다.

초시 마치고 일주일정도 휴식한 후 본격적으로 2차 공부를 시작했는데, 1순환 때는 1순환 테이프를 구해 들으면서 기본서와 사례집을 꼼꼼히 보는데 주안점을 두고 공부했다. 스터디를 하려고는 했는데, 친한 분들이 학원에 다니겠다고들 하셔서 결국 혼자 학교에서 테이프 들으며 공부하게 됐고, 모의고사는 2005년에 재시를 치른 선배들이 한 과목씩 맡아 돌아가며 문제 출제해주고 채점해주고 평가해주고, 또 내 질문에 대답해주고 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어쩌다 보니 선배들과 1:1 학습이 된 셈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궁금한 부분들을 정확하게 짚어 물어볼 수 있어 좋았고, 선배들도 내 답안지 하나만 검토해주면 되는 것이어서 그랬는지, 나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꼼꼼히 짚어주셨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 시간이 여유롭게 생겨 기본서와 사례집을 꼼꼼히 챙겨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2순환 때는 학원에 다녔다. 학원 강의를 듣는다면 마지막 기회가 될 듯해서, 학원에서 제공해주는 최신의 자료들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학원강의를 들었는데,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행정법은 강의를 듣고, 상법과 기본삼법은 모의고사 강평반을 등록했다. 개인적으로 1순환 때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여 혼자 공부하고, 2순환 때 학원 강의로 다지는 방법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행정법에 자신감이 없었는데, 2순환 때 학원강의를 들으면서 김연태 저 사례집을 꼼꼼히 챙겨보는 등 일정을 빡빡하게 돌린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2순환 때 2차공부 교재들을 완비했는데, 앞서 언급한 책들과 함께 민사소송법 이창한 사례집, 행정법 김연태 사례집, 민법 노재호 민법교안, 송영곤 사례집, 형법 송헌철 형법, 형사판례평석을 추가했고, 기본삼법은 헌법을 제외하고 1차 때 보던 책들을 계속 기본서로 삼았다.

3순환 때는 학원에서 모의고사만 보고 나머지 시간에는 기본서와 사례집을 반복해서 보았고, 5월4순환부터는 모의고사는 보지 않고, 가지고 있는 교재들을 최대한 많이 반복해 보기 위해 노력했다. 이 때 문제풀이 감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시계와 고시연구에서 사례문제들을 모아서 특집으로 낸 것이 있었는데, 그 문제들을 가지고 매일 몇 문제씩 골라서 목차를 잡아보곤 했다. 나는 책을 꼼꼼히 보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성격이라 4순환 이후에도 밑줄 긋고 정리한 부분만 보지 못하고, 여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책들을 다 읽었다. 사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은데, 성격상 어쩔 수가 없어서 시간은 부족한데 많이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처음에는 4-2-1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자연스럽게 5-2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2차 시험 공부를 하면서 주안점을 두었던 것 중의 하나는 헌민형 요약노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선배들로부터 시험 전날 그 과목을 다 훑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던 터였고, 한 선배가 요약노트를 만들어보니 좋더라는 얘기를 해서, 다른건 몰라도 헌민형 3과목은 요약노트를 만들어 시험전날 노트를 보고, 후사법은 기본서를 훑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약노트는 1, 2순환 때 만들었는데, 만들 때는 너무 힘들고, 포기할까하는 생각도 종종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만드는 과정자체가 공부가 됐고, 다 만들고 나서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했다. 그래서 다른 수험생들에게도 얼마간은 힘들겠지만 헌민형 요약노트를 만드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또 하나 수험생 여러분들은 단권화에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는 것이다. 1차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난 단권화를 잘 못해서 결국 가지고 있는 책 전부를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했다. 2차 때도 마찬가지로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 권의 책을 전부 펴놓고 봐야했다. 그건 모든 책을 다 꼼꼼히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도 있는데, 끊임없이 정리해놓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단권화의 기회를 놓쳐버린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이렇게 공부를 마무리하고, 드디어 2006년 여름 2차시험을 치렀다. 4일 동안 총 6~7시간 정도 잤던 것 같다. 그렇게 시험을 치렀는데, 마지막날 상법 시험을 치르고 신촌 한복판을 걷다 보니 너무나 잠들기가 싫었다. 그래서 남자친구를 붙들고 추리닝 차림으로 한참 신촌을 돌아다녔고, 신림동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잠 안 자고 이것저것 했었다. 왜 그렇게 잠들기가 싫었던지.. ^^;;
 
5. 면접까지

앞서도 말했듯이 셋째날, 넷째날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했던지라 계속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첫째날, 둘째날 시험도 못 쳤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어찌나 괴롭혔던지.. 지면을 빌어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다. 다행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있었고, 면접에 대해서는 선배들이 우호적인 분위기라고 말해줬던지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 난 둘째날 오전조였는데, 맘 푹놓고 있다가 첫째날 저녁에 이번에 시험을 같이 치른 선배로부터 하루 동안 심층면접자가 7명이나 나왔단 얘기를 듣고 불안에 떨었다. 그래도 어쩌나.. 이미 저녁 시간이고 난 오전조라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지금 책 본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결국 불안해만 하다가 면접시험을 치렀는데, 다행히 아는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와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6. 마치며

심층면접 안 갔다는 안도감으로 날을 보내고 있던 중 법무부라며 수석합격이라고 전화가 왔다. 너무 얼떨떨해서 현실감이 없었다. 지금도 사실 현실감 없기는 마찬가지.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부담감이 제일 먼저 생긴다.

나는 공부하는 시간을 아깝다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의 시간들이니까.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소비적인 시간이라는 생각에 매순간, 매초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만큼 수험생활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고, 다행히 운이 따라 길지 않게 수험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후배들한테도 항상 그 이야기를 한다. 사시공부를 하는 지금 이 시간들을 아까워 하라고. 그런 생각 덕분에 아침잠의 유혹도 억누를 수 있었던 것 같고, 가능하면 중간 휴식시간 없이, 점심, 저녁 먹을 때 외에는 자리를 뜨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사실 이것도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 아니라 더더욱 밥 먹을 때 외에는 움직이지 않을 수 있었다. 체질이 원래 그런건데 내 주변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이 쟤는 화장실도 참고 공부한다고 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던 기억이 있다. ^^

또 하나, 나는 날 잘 믿지 못한다. 공부하면서도 ‘내가 정말 이거 아는 거 맞아?’를 끊임없이 자문해왔다. 다만 시험장에서만큼은 자신있게 써야지하고 다짐하면서도 공부하는 나에 대해서는 항상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반복학습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시공부에서 지루하지 않게 반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누구의 방법이 맞고, 이렇게 하면 합격한다..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이야기가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 거의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대부분의 수험생이 보는 책으로,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따라가는 일정으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나도 사실 공부하면서 그냥 이렇게 흐름에 맡기면 되는 건가를 끊임없이 고민했었다. 특히 수석합격기나 이런 것들을 보면 무슨무슨 다른 여러 책을 봤고, 특별한 뭔가를 했고 하는 것들이 많아서, 저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닐까 많이 의심도 했지만, 뭐 일단 능력이 안됐기 때문에 더 볼 수도 없었고, 가진 것을 가지고 충실히 하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만 보다 꼼꼼히, 보다 세밀하고 정확하게, 보다 성실하게 보자고만 생각했다. 다른 분들도 자신이 보는 책들과 자신이 선택한 일정에 믿음을 갖고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이 따라 여기까지 그래도 큰 장애 없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고, 수석이라는 너무 무겁고 거창한 이름까지 달게 되서 부담스럽고, 부끄럽다. 수석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라도 나 자신한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의 삶에 감사하면서, 내가 생각한 것들을 조용히 실천하는, 나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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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사법시험 합격기 - 김준형

The Bar Examination 2010. 8. 11. 10:51

합격기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하나의 꿈과 목표를 가진 이들께 드리는 작은 이야기 

 

김 준 형

ㆍ1976. 5. 24일 生
ㆍ구정고등학교 졸업(1995년)
ㆍ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2001년)
ㆍ2005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재)
ㆍ제49회 사법시험 합격

 

I. 들어가며


어느덧 가을밤 대보름을 보며, 시간의 흐름에 갈수록 가속이 붙는 것을 느낍니다. 작년 이 맘때를 돌이켜 보면,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추석 내내 기대감과 불안감, 초조감이 시시각각으로 교차하는 가운데 편하게 발붙이고 있을 곳이 없어,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짧지 않은 연휴를 견뎠던(!) 나날들이 떠오릅니다.


모든 수험생에게는 각자의 수많은 사연들이 있습니다. 주어져 있는 여건과 환경도 모두 다르고, 처음 시험에 도전하게 된 동기도 한사람 한사람 비슷해 보일지는 몰라도 모두 다를 것입니다. 또 그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나 상황, 형편도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계속 변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단 한가지, ‘합격’이란 절실한 목표만큼은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이에게 공통된 꿈이자 염원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차 시험을 6번만에 붙었으며,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닙니다. 수험 기간동안 여러 선배님들의 훌륭한 합격기를 읽으며 꿈을 키우던 제가 합격기를 쓴다는 것이 무척이나 낯설고 망설여져셔 몇 번이나 펜을 들었다 놓곤 했습니다. 다만, 저의 두서없는 글이 혹시라도 비슷한 처지나 상황에 계신 분들께 단 한마디라도 수험에 미약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자그마한 희망과 바램으로 보잘 것 없는 공부방법론을 중심으로 감히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II. 공부방법론에 대해


모든 공부방법론은 어쩌면 결과론일지도 모릅니다. 합격했으니까 그 방법이 유효한 것으로 통용되는 것이지 객관적으로 왕도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의 경우 그 흐름과 경향이 자주 바뀌는 편이고, 특히 2차시험의 경우에는 한번 합격하고 나면 다시 재검정을 하는 것도 아니므로, 그 방법론으로 공부를 해서 다시 시험을 본다고 해서 반드시 합격을 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한 공부방법론이란 것이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만, 시간과 경향에 크게 구애됨이 없이 사법시험 공부와 합격에 있어서 특출한 능력이나 감각을 타고나지 못한 저같은 다수의 수험생에게 보편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본 방향이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의 1차 시험 출제형태인 8지선다식 시험은 전혀 치러 본 바가 없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차 시험 공부는 경향과 자주 흐름이 바뀌며, 2차 시험 공부의 경우 구체적인 교재의 선택도 역시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고 합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이는 만큼, 수험시에 보았던 교재의 소개나 과목별 방법론보다는, 1, 2차시험 준비에 있어서 역시 결과론이겠지만 제가 합격할 때 시도했던 방법을 중심으로 큰 틀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III. 1차 시험 공부방법론

 

1. 1차 시험의 핵심
 사법시험의 첫 번째 관문이면서도 높은 벽인 1차시험은, 첫째 이해, 둘째 빠르고 정확한 판단 및 문제해결능력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체로 처음 1차 시험을 준비할 때는 기본 삼법의 전체적인 숲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무를 공부하는 격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조나 흐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으며, 또한 1차를 어느 정도 공부했어도 여전히 민사소송법이나 각종 보전소송이나 민사집행법등을 학습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해의 폭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1차 시험은 객관식 문제 형태에 시간이 무척 빠듯한 시험입니다. 긴 지문을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고 판단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낼 수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흔히들 1차 시험은 암기요, 2차 시험이 이해라고들 많이 말씀하십니다. 모든 시험에 암기가 중요함은 당연하지만, 1차 시험에서는 오히려 민법에서의 가족법이나 헌법에서의 부속법령 부분을 제외하면 암기의 비중은 2차 시험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에서 필요한 암기의 정도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 및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어느정도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긴 지문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실수없이 정확한 판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는 능력이 1차 시험 평가의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2. 1차 시험 첫 준비단계에서의 이해의 중요성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특히 사법시험에서는 현실과는 달리 사실관계를를 이미 확정지어 고정한 것을 전제로, 주어진 상황하에서 법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만큼 사회과학계통에서는 보기 드물게 ‘정답’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판단 및 문제해결능력이나 암기 모두 정확하게 이해가 된 것을 바탕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한 단계에서 판단이나 문제해결이 잘 안 되고 암기가 잘 안 되는 것은 사실은 이해가 잘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잘 되었다는 것은 다른 이의 강의를 듣고 납득하는 정도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부분이나 논점을 모르는 다른 이에게 설명을 해서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할 정도는 되어야 이해가 완벽히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이해가 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로 구체적인 문제에서의 판단 및 문제해결은 시행착오 및 반복의 문제가 되고, 암기 역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차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는 뻔한 얘기로 들리시겠지만,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이해에 주안을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체를 다 배우지도 않아 숲 전체가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충분한 이해를 하기란 정말 어렵고 고통스럽습니다만, 이 과정을 게을리하면 다소 운좋게 1차 시험을 합격하더라도 2차 시험 준비과정에서 결국은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빠진 공백을 보충하느라 과중한 부하를 다 짋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저의 뼈저린 시행착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 단계에서의 이해는 결국 1차 뿐만 아니라 2차 시험, 나아가 그 이후의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공부과정에까지 바탕이 되는 단단한 뼈대를 형성하고 축조하는 과정이며 이 단계에서의 고생을 많이 할수록 이후가 순탄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시고 중점을 두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여기서 ‘이해’라는 것은 핵심이나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부분을 잘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 교재에서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거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은 부분에까지 몰입하는 것은 결코 시간소비 대비 효용의 면에서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혼자 장고를 하거나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설왕설래를 하는 것보다는 정통한 분의 강의나 설명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본격적인 1차 시험 준비 단계


(1) 많은 문제 풀이 및 충실한 복기
1차, 2차 시험 공히 결국 조문, 학설, 판례 이 세가지를 정복하는 것이 공통의 열쇠라는 데는 이견을 다시는 분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시험형태에 따라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다소 다른 것인데, 1차는 결국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통한 답안 선택 요령이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분이 아니라면, 결국은 반복해서 많은 실전 문제를 많이 풀어 보고 오류를 고치는 시행착오의 반복(trial & error)이 가장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공부방법이 아닐까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문제풀이의 활용과 관련하여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시는 부분인데, 문제를 많이 풀더라도 그냥 답만 맞추고 덮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푸는 시간이 3이라면 채점을 해보면서 모범답안에 있는 해설을 보면서 오답 내용을 확인하고, 맞는 부분이라도 이해하고 푼 것인지 요행으로 맞은 것인지 파악하여 숙지하고 있는 부분은 다시 볼 필요가 없도록 체크하고, 잘 모르는 부분은 다시 해당 교재 부분을 찾아보는 등 복기에 시간을 7 이상을 투입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후 시험이 임박해지면 부속법령이나 최신 판례 등을 정리하시면서 반복하면 충분히 대비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 공부 및 생활스타일


 문제를 접해보는 방법은 각자의 스타일이나 여건에 따라 학원의 진도별 모의고사이건 개별 스터디, 혹은 개인 스스로 문제집을 풀어보는 것 어느 것이든 무방한 것 같습니다.

 

요지는 결국 스스로 많은 문제를 풀어보고 충실히 복기를 하는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고 그 구체적 방법은 자기 스타일에 맞게 하면 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취하는 보편적 생활스타일이 물론 가장 무난한 방법임은 틀림이 없으나, 습관이 쉽사리 바뀌는 것도 아니므로, 이 부분까지 억지로 타인의 스타일에 맞추고자 자신을 구속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행성 인간이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다 받는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이 오히려 신체를 지치게 하고 진도를 밀리게 하는 등 되려 수험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습니다.

 


스터디의 경우는 역시 개개인의 취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스터디를 해서 많은 도움을 받는 분도 있는가하면, 학업 만큼은 혼자하고, 생활스터디, 이른바 ‘밥터디’ 등으로 식사나 담소 등 일상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병행하는 분들도 무난히 합격한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이 역시 필수는 아니고 부차적인 선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1차를 처음 합격할 때에는 스터디를 했고, 그 이후에는 1차 대비는 생활 스터디 외에 따로 스터디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2차는 아래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계속 스터디를 했는데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간의 시행착오의 경험에 비추어 마지막 합격 당시의 스터디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자평해 봅니다.

 


 IV. 2차 시험 공부방법론


1. 2차 시험의 본질: 공부량의 축소, 암기 및 답안지 현출 능력


 (1) 공부량의 축소의 필요성


처음 1차 시험을 치르고 나서 어느 정도 합격의 전망이 보이는 분들은 보통 학원 2차 시험 대비용 예비순환 강의를 들으시기 마련입니다. 2차 시험은 기본적으로 주관식 논술시험이므로 처음에는 그 전에 충실히 공부한 바 거의 없는 후사법 과목의 방대한 양에 압도당해 전망이 막막하기만 하고 또한 공부 방향도 갈피를 못잡게 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 또한 2차 시험에서 여러번 낙방을 반복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제 자신의 노력과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주된 원인이지만, 처음 단계에서 공부 방법을 잘못 설정한 것이 자신감 상실을 가져오고, 의욕이 저하되니 매일매일 반복되는 학습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진도를 밀리면서 급기야는 3순환에 이르렀을 때는 무의식적으로는 자포자기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 악순환의 늪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차 시험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함으로써 학습량의 부담을 필요이상으로 확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는 이 부분에 대한 감각을 생래적으로 타고나신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렇지 못한 경우였고, 오랜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다소나마 올바른 방향으로 접어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차 시험 준비는 기본서의 선택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 교재는 빠진 부분이 많아서 불안하고, 저 교재는 너무 양이 많아서 엄두가 안 나고, 난무하는 보충자료를 외면하자니 걱정되고 다 보충하려니 교재 내용을 읽을 시간도 부족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가급적 양이 많지 않은 교재를 선택해서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은 학원에서 순환별로 제공되는 자료나 모의시험에서 다룬 부분등을 취합해서 보충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주위 합격하신 분들 다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역시 기본적으로 개인의 개성의 문제일 뿐, 합격에 이르는 방법에 있어서 본질적인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얇은 교재를 택해서 보충을 해 나가든, 두꺼운 교재를 택해서 양을 줄여 나가든 본질은 순환이 지날수록 앞으로 볼 부분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예비순환부터 시험 전날까지의 오랜 공부는 결국 시험 전날 해당 과목을 하루 혹은 반나절만에 전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양을 줄여나가는 준비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직전에 본 것이 운좋게 출제되어 충실히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다는 소감은 결국, 시험 직전에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도록 양을 줄이는 학습의 노력을 통해 ‘행운의 확률’을 인위적으로 높인, 피나는 노력의 성과를 바꾸어 말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2) 암기
 (가) 암기의 필요성 및 대상

앞서 본 바와 같이 2차 시험 역시 교재 내용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 전제로 하고, 암기의 비중, 특히 중요한 판례 요지의 암기가 1차보다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필요충분한 분량 이상의 중요 판례의 요지 암기 없이는 결코 2차를 합격할 수 없다고 저는 감히 단언합니다.


2차에서는 이른바 단문은 말할 것도 없고, 케이스로 통칭되는 사례형 문제도 결국 암기가 기본 바탕이 된 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머릿속에서만 논리가 맴돌뿐 답안지에 현출이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어떤 논점이나 케이스 문제에 대해서 물었을 때 구술로 답을 제시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즉석에서 말로 답할 수 있는 그 내용의 수준과 분량,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진도별로 한정된 범위를 묻는 것이 아닌, 그 과목 전체의 범위를 하루에 측정하는 실전에서 답안지에 현출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수준과 분량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럼 무엇을 중점적으로 암기할 것이냐가 될 것입니다. 판례입니다. 학설의 대립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것은 다른 수많은 답안과 비교해서 차별화하기가 어렵습니다. 학설은 교재마다 같은 학설이라도 서술의 표현이나 분량도 조금씩 다르므로 모든 답안의 학설 소개는 잘 쓰든 못 쓰든 그 성취가 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판례는 그 자체로 배정된 점수 비중이 큰 데다가, 학설과 달리 그 서술이 사람마다 달라질 수 없는 원문이 존재하므로 중요한 판례를 정확하게 소개할 수 있으면 채점자의 눈에 확 들어오게 됩니다. 단문의 경우나 이른바 불의타가 출제된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해당 논점에 근접, 혹은 근접해 보이는 판례를 정성껏 소개해주는 것은 과락을 막는 최후의 보루요, 방파제가 될 것입니다.

 


학설을 핵심 키워드 중심으로 최대한 간략하고 깔끔하게 소개한 뒤 판례의 요지의 핵심문구를 가급적 자세하고 정확히 언급하고, 어느 한 입장을 택해서 사례의 포섭을 충실히 하는 답안서술 방식이 합격 확률을 높이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안전한 방법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 암기의 방법


그렇다면 도대체 암기를 어떻게 해야 할것이냐가 관건일텐데, 외울 판례는 너무나 많고 어차피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매 순환마다 학습하고 외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헌법의 경우, 헌법재판에 관련된 각종 기본적인 결정례나 해당 기본권마다 내용이나 의미에 대한 리딩 케이스가 대상이 될 것이고, 행정법의 경우 역시 행정법의 일반원리, 형법의 경우 공동정범의 성립요건이라 할 수 있는 공동가공의 의사의 의미,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위법성 조각과 관련한 공공의 이익과 비방의 목적의 상반관계, 공무집행방해죄에서 구성요건이 되는 직무의 적법성의 의미 등 사례풀이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체적인 판례들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좀 더 추상적으로 각종 영역에서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개념을 설시하고 있는 판례들을 타겟으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판례들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불의타나 쉽사리 논점을 찾을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과락을 막아주는 요긴한 보험이자 탈출용 카드가 됩니다.


그럼 암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겠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중에는 생래적으로 암기를 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처럼 암기에 자신이 없는 분들은 두문자를 닥치는 대로 만들어서 외우시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판례를 외우십시오.

 

두문자가 리듬이나 문언의 의미를 가진 ‘예쁜’ 두문자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중요문구마다 순서대로 글자를 따서 만든 정체불명의 두문자라도 상관없습니다. 손바닥에 적어놓건 벽에 붙여놓건, 입으로 소리를 내서 녹음을 한 뒤 밤에 잠자리에서 틀어놓고 자건, 친구와 문답을 하건, 어떻게 해서든지 충분한 만큼 판례를 암기해낼 수 있다면 시험이 임박할수록 불안감을 덜어주고, 실전에서는 즉시 투입이 가능한, 신속하고 믿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무기가 되어드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가지,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암기한 두문자를 실제로 압축을 풀어 재생 서술할 수 있는지 모의 답안 작성을 통해서 끊임없이 확인해 볼 일이라는 점입니다. 이 과정을 생략한 두문자의 암기는 무의미한 중얼거림의 연속이요, 기억창고의 낭비가 될 뿐입니다. 

 


(3) 답안지 현출능력


 또다시 뻔한 얘기가 되겠지만,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시 모든 시험준비는 결국 2시간 안에 8면짜리 답안에 자신의 그동안의 학습성과와 지식을 표현해 내는데에 있는 것으로, 객관식 보기중에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1차 시험에 비해 2차 시험에서는 이 부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수험생 중에는 선천적으로 답안 작성시의 구성이나 분량배분을 잘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주위에 보면 2차 모의시험 답안을 별로 해보지 않고도 합격하신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은 타고난 분들입니다. 절대 롤모델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못한 저 같은 분들은 특별한 왕도가 있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모의 답안 작성 훈련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나가야 합니다. 저의 경우 4시 낙방 후 해걸이를 하게 되면서 느린 글씨를 바꾸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물론 글씨가 느린 이유만으로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고시체 교본을 구해서 2권정도 혼자 써보면서 글씨체를 바꾸었습니다. 예쁘지는 않지만 전보다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실전에서 분명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규칙적인 모의 답안 작성 훈련입니다. 저의 경우 4번째의 2차 낙방까지는 약간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상 해당 진도에 대한 공부가 충실히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진도별 모의시험 답안 작성을 빠지는 일이 습관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실전에서는 주관적으로 자기 마음에 들만큼 공부를 한 상태로 시험에 임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존재하기 어려운 일인만큼, 일단 모의답안 작성에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한 이상은 진도가 밀리든 밀리지 않든간에, 답안을 베껴서 그대로 내더라도 규칙적으로 응시하는 것이 2차 시험 준비에 있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지막 6번째 2차 시험 준비 과정에 있어서는 생각을 바꿔서 단 한번도 모의시험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4월까지의 3순환까지 응시를 했는데, 심지어 피치 못할 일로 동료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신 상태에서도 심야반 시험 응시생들이 답안 작성을 마칠 무렵에 강의실에 슬쩍 들어가 구석에서 시험을 다 보고 나왔습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형편없는 점수가 나왔지만 다음날에도 큰 심리적 타격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분량을 많이 쓰는 훈련을 평소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의시험답안을 보면 적은 분량으로 최고 득점을 하는 답안이 많습니다. 이런 답안을 그때그때 눈여겨 보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와 별개로, 풍부하게 많이 써보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분량의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본바탕이 됩니다. 물론 중언부언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답안의 작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논거면 논거, 판례면 판례, 사안의 포섭이면 포섭 등의 각 득점 항목을 풍부하게 서술해보는 훈련을 말하는 것입니다.

 


2. 기타 - 스터디 및 생활관리, 자신감


(1) 스터디

2차 공부를 할때는 1차때보다는 사례풀이 대비등과 관련 스터디를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나 스터디는 합격의 필수 전제는 결코 아닙니다. 스터디 여부 자체는 합격과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 그동안 주변에 합격하신 분들을 보아오면서 내린 개인적 결론입니다.


만약 2차 스터디를 하신다면 가급적 친밀함보다는 학습이 위주가 되는 약간은 건조한 느낌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원들이 모두 절친하여 공부와 생활 및 여가나 휴식 모두에서 의지할 수 있는 스타일도 물론 좋지만, 스터디에서는 공부를 주로 하되 이따금씩 회식을 같이하는 하는 정도, 혹은 학습과 식사 등의 일상생활을 같이 하더라도 여가나 휴식은 어느 정도는 각자 해결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스터디의 활용방법 역시 개개인의 개성에 따라 다른 것이므로 일률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무리가 있겠습니다.

 


저의 경우 마지막 2차 준비시에 했던 스터디는 1순환 후반부터 시작해서 2순환까지, 사례집을 규칙적으로 함께 공부하고 학습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모의시험 응시를 같이 하는 스터디였습니다. 사례집의 경우 돌아가면서 발제자 한사람마다 10분의 엄격한 시간규제 하에 자신이 맡은 사례의 요체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중점적으로 볼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동갑인 친구들과 학습과 일상생활을 기본적으로 같이 했고, 여가나 휴식도 같이 어울렸으나 이 과정에서 각자 설정한 개개인의 학습 스케줄이 희생되는 일은 거의 없도록 어떻게든 서로 배려한 점이 스터디원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이자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2) 생활관리
 앞서 나온 얘기와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2차 시험 준비는 잘 짜여진 톱니바퀴와 같은 일정인만큼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좋습니다. 규칙적이기만 한다면, 기상 시간대의 패턴이 어떻든, 여가를 무엇을 어떻게 하며 보내든 무방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경우 마지막 2차 준비시에 3순환에 이르러서는 역시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 되었는데, 스터디원 친구 2명과 이틀이나 사흘에 한번 정도 밤에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나눈뒤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긴장이나 불안감 해소에도 도움이 되었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그날 작성한 답안에서의 주요 논점이나 판례 등을 복기해 보기도 하는 등 학습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님중 일찍이 합격하신 한분은 그날 설정한 목표를 완수하면 영화 한편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시기도 했습니다. 결국 2차 시험 수험에 있어서 생활관리의 요체는 규칙적이고 다음날 학습에 지장이 없는지 여부에 방점을 둘 것으로서, 휴식이나 여가를 보내는 방법 자체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며, 억지로 다른 이들과 똑같이 맞출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3) 자신감


자주 들으셨겠지만 2차 시험은 결국 스스로에 대한 굳건한 자신감이 없으면 붙기 어려운 시험 같습니다. 실전에서는 결국 모든 수험생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생소하게 느껴지는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자신감이 없으면 첫째 아는 문제도 논점 파악이 잘 안 되고,

 

둘째 답안 서술에 있어서도 위축된 만큼 충분한 속도와 탄력이 붙지 않아 좋은 점수 획득이 어렵게 됩니다.

 

3순환에 돌입하게 되면 모든 수험생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게 됩니다. 시험이 임박할수록 자신감이 저절로 오르는 수험생은 거의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역시 타고난 강심장과 낙천주의자가 아니라면 자신의 준비과정과 잠재력, 노력의 성과를 믿으며 자신감을 스스로 높이는 노력과 마인드컨트롤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충만한 자신감과 마인드컨트롤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분들은 소수입니다. 이 부분도 과소평가 하지 말고 평소에 노력하시면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수험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반복된 낙방 속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제 자신을 이겨내고 다잡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나는 붙을 수 있을까? 합격은 사실 처음부터 나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은 합격자 발표날 컴퓨터 모니터에서 제 이름을 발견하고 두 번 세 번 네 번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야 홀연히 사라진, 오랫동안 머리를 짓누르고 있던 암흑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바로 전해에 합격한 선배의 조언에 따라 모의 답안 작성 시험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응시하면 반드시 합격할 것이다라는, 다소 미신(?) 같은 목표나 의미를 설정해 놓고 무의식적으로 끊임없는 자기암시를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각자 방법은 달라도 일상의 작은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달성했을 때 긍정적인 가치 부여를 통한 자기암시를 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V. 나가면서


다소 거창하게 공부방법론이라고 써놓고 보니, 여러분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과연 있는지 강한 회의가 듭니다. 거대한 탁상공론의 탑에 또 하나의 돌을 얹은 느낌입니다. 다만, 운좋게 붙은 사람중에 이렇게 붙은 사람도 있구나하는 정도로 너그럽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합격은 결코 끝이 아니며, 그 뒤에도 계속된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목표를 향해 꿈을 꾸기 시작한 때로부터 오랜 기간 동안 땀과 눈물을 흘린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매듭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미약한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닌 많은 분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가능했던 은혜로 생각합니다.


5번째의 2차시험 낙방 후 눈물과 좌절과 위축의 한가운데 가라앉아 가던 저에게 절친한 선배가 해주신 말씀을 마지막으로 소개드리면서 턱없이 부족한 글을 이만 줄이려고 합니다. ‘합격이라는 행운은 타고난 누군가에게만 찾아오도록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결코 아니며, 은행 창구 앞에서 대기표를 뽑아들고 서서 기다리는 것처럼, 지루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 보면 누구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정해진 자기 차례가 올 것이니까, 내일도 힘을 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스스로에게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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